안녕하세요.

길모퉁이 서점입니다.

🖊️ 원 하나를 그려도 다행이라 여겼는데, 어느새 두 바퀴를 돌고 있습니다. 모두 여러분 덕분입니다. 계정에 올리는 소식은 원체 띄엄띄엄이었고, 그나마도 요새는 장기 잠수를 타고 있지만, 편지만큼은 온전히 부치고 있습니다. 다행입니다. 사실, 모든 일이 그렇듯 이마저도 끊길 뻔한 일이 많긴 했습니다. 그래도 끊기지 않고 이어지고 있어 저로서도 의문이자 위안입니다. 역시 저는 일간이나 주간보다는 월간 혹은 계간이 체질에 맞는 듯합니다. 게으르단 말을 또 이렇게 정성스럽게 포장해 봅니다.  

🖊️1월을 통틀어도 그렇고, 연휴 때는 책과 스마트폰으로 도망다녔습니다. 뭔가 이율배반적인 행동을 동시에 한 모양새인데, 기실 별 대단한 일도 아니었습니다. 책 읽다가 질리면 유튜브 보고, 그러다 질리면 마저 읽고 눈이 아프면 자고의 반복.

나름 호사스러운 쉼이었습니다. 아니, 쉼보다는 회피에 가까웠습니다.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었고 분명 인지하고 있음에도, 극도로 미루고 미루다 방치에 가까운 결정과 동시에 회피했으니까요. 그런데 도피처가 책이었습니다. 물론 절반은 스마트폰이었지만.

🖊️그림책을 잠시 놓고 있습니다. 다시 시작하면 물론 그림책으로 시작하려 합니다.   '길모퉁이 서점'에 어울리는 그림책 소개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 중입니다. 이 고민은 작년 하반기부터 계속 이어져 왔는데, 해를 넘길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안일하게 생각한 탓입니다. 빨리 시작하고 싶은 마음과 천천히 체계를 세워가야 한다는 생각과, 고민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잠시 내려놓고 싶은 마음이 계속 뒤엉키고 있습니다. 

🖊️새해의 시작을 벌써 한 달이나 빚지고 있습니다. 이제 진짜로 무엇이든 시작해야 합니다. 세 번째 시작점인 3월이 남긴 했습니다만. 그럴듯한 미루기 핑계를 찾아 엮는 게 점점 수준급으로 탁월해지고 있습니다. 나쁜 쪽으로만 진화를 거듭합니다.

온전히 재충전을 위한 쉼이 아니라, 도피성에 가까운 독서였지만,

그럼에도 역시 활자가 주는 편안함과 위로는 컸습니다. 책에게 받은 위로를 가다듬어서 어서 정신 차리겠습니다.  작년부터 정보보단 하소연이, 하소연보다는 핑계로 점철되고 있는 편지입니다. 응석도 정도껏 부려야 하는데 말이죠.

그럼에도.

여러분과 함께여서

무사히 2년 동안 편지를 부칠 수 있었습니다.

세 바퀴, 네 바퀴를 계속 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원이 고리를 이어 계속 굴러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늘 따스히 기다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늘 항상 언제나

감사합니다.

🖋️  새해가 되기 전에 끝내겠다 맘먹었지만, 아직입니다.

그래도 7장은 끝마쳤습니다. 이제 3장 남았습니다. 아무래도 3번은 더 읽어야 하겠지만, 올 상반기 안으로는 1회독은 마칠 수 있을 듯합니다. 

7장은 읽으면서 인상 깊었던 문장을 소개합니다.

 책으로 도피했다는 핑계가 무색하게 그리 많이 읽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800여 쪽이 넘는 책을 한 권 읽어냈다는 점으로 위안(?)을 삼아 봅니다. 

📝『 다윈 영의 악의 기원』

  책을 다 읽고 난 뒤 떠오르는 것은 사람들은 '동경'할만한 사람을 원하면서도, '동경'의 대상이 추락하는 모습 또한 즐기고 은근히 바란다는 것이었습니다. 완벽한 아버지와 완벽한 아들, 완벽한 가족의 모습으로 그려지는 초반부의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비밀과 오해로 고통받고 반목하고, 또한 서로를 위하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깝다는 마음과 더불어, 그럼에도 재밌다는 마음이 싹트는 것을 느꼈을 때는 나란 사람도 참 잔인하다 싶었습니다. 3인칭 관찰자의 시점도 이런데, 비록 소설 속 등장인물에 불과하지만, 그들이 겪었을 감정의 폭과 그에 따른 상처는 가히 짐작할 수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 군데군데 떠오르면서, 열여섯 소년과 소녀들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인간 본원에 대한 추적은 꽤나 흥미로웠습니다.  되풀이되는 역사의 나선과 운명의 나선이 얽히면서 교차되는 지점이 복선을 타고 튀어 오를 때면 짜릿하면서도 씁쓸해졌습니다. 결국 '성악설'이 맞는 것인지, '가족'이랑 울타리는 가장 견고하지만 가장 강력한 족쇄의 양면성을 띨 수밖에 없는 것인지.

'벽돌 책'으로 불릴만한 분량이지만, 지루하지 않습니다. 외형적으론 '추리소설', '범죄소설'의 골격을 지니고 있기에 흥미 유도와 몰입력은 상당합니다. 

 결말에 대한 호불호와 주인공의 변화에 대한 당위성에 대해선, 생각할 거리가 많은 청소년 소설입니다.

📝『 미래과거시제』

 일본 드라마 중에 <기묘한 이야기>라고 있습니다. 이상하고 기괴한 이야기를 짧게 보여주는 데, 우리나라로 치면 '드라마 스폐셜'의 공포가 살짝 가미된 버전입니다. 그중 <과거로부터의 일기>란 편이 있는데, 극 중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 만약 지구를 대표해서 우주인과 대화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지구 대표는 분명 '소설가'일 거예요."

 드라마를 보던 당시에는 참 감상적이네 하며 넘겨버렸지만, 『 미래과거시제』를 읽고 난 후에는 '어쩌면' 가능성이 높을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읽어가면서 SF를 단순히 과학적으로만 접근하는 것이 아닌 '언어적'으로 접근해도 재밌게 풀어낼 수 있구나, 한국어로만 한정을 해도 흥미로울 수 있구나 하는 감탄사를 연신 내뱉게 만든 단편집이었습니다. 작가가 말한 대로 7편의 단편을 엮은 이 작품들은 골라 읽는 작품에 따라 색다르면서 개성 있는 맛을 느끼게 해줄 선물세트 같은 소설집입니다.

📝『 고요한 우연』

 매력적이면서 개성이 살아 있는 등장인물덕에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갑니다. 다만 취향에 따른 독자의 최애가, 서로 다름으로 인해 감당하게 될 아쉬움은 전부 담아내지 못한 점이 서운하게 느껴집니다. 소재의 매력을 흡입력 있는 구성과 짜임새로 높은 몰입력을 선사합니다. 좋은 청소년 소설이지만, 저에겐 결말 부분이 살짝 아쉬웠습니다.  

📝『구의 증명』

 사랑의 크기와 깊이를 감히 재단할 수 있을까? 만약 그럴 수 있다면 어느 정도의 크기가 상대방에 대한 온전한 크기일 수 있을까? 그 단위는? 사랑의 깊이는 몇 미터가 되는 것인가? 깊이를 측정하는 것은 누구이며 그는 과연 정확히 깊이를 표시해 낼 수 있는 것일까? 당신에 대한 사랑의 깊이와 크기를 그리고 거리를 제시할 수 있는 건 분명 나일 텐데, 그 밀착함의 정도는 또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 누구도 쉽사리 정의 내릴 수 없기에 문학은 무수한 묘사와 사건과 이야기들로 이들을 그려왔다고 생각합니다. 

이 소설은 사랑의 거리에 대해 천착합니다. 몸과 영혼이 밀착할 수 있을 때까지 밀착할 수 있다면 아마 이런 모습일 수도 있겠구나, 이렇게까지 처절할 수도 있겠구나 싶을 정도로 지독함의 정도를 넘어선 사랑을 그려냅니다. 물론 이게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를 두고 수많은 갑론을박이 나올 테지만, 표현의 수위를 상상할 때 호불호를 떠나 극도로 혐오하는 표현까지 나올 수 있겠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이어지고 싶다는 마음의 간절함만큼은 공통적으로 느끼게 해 줄 이야기라 생각합니다. 

그만큼 강렬한 소설이었습니다.

  당신 마음 어딘가 모퉁이에 존재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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