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모퉁이 서점_ 모퉁이 편지 #28

[모퉁이 편지]

2025. 5. 31.

잘 안보이시나요?

#스물여덟 번째 편지 (2025.05.31)

#스물여덟 번째 편지

안녕하세요.

길모퉁이 서점입니다.

🖊️ 5월에 2번이나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원래 집에 머무는 것을 제일 좋아하는 데, 생각지도 않게 한 달에 두 번이나 밖에 머물다 왔네요.

제주는 일정 내내 비가 많이 내려서 새삼 제주가 섬이라는 자각을 하면서 지냈습니다. 이번에는 좀 의미 있는 곳을 보고 오자는 생각에 제주 4.3 평화공원을 찾았습니다.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4.3에 대한 것들이 시각적으로 다가와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기록이 중요함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고, 놓지 않아야 하는 역사, 기억해야만 하는 역사에 대한 의미를 온몸으로 체득한 시간이었습니다.

평창은 제주와는 반대로 하루 종일 온몸에 힘을 뺀 채 지내다 왔습니다.

맘껏 자고, 여유롭게 책 읽고, 이따금 챙겨간 커피도 내려서 아주 천천히 마셨습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자연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꽤 잘 흘러가서 이 또한 놀라웠습니다. 풍광만으로도 충족하게 시간을 채울 수 있음이 감사했습니다.

🖊️그림책으로만 떠나는 여행에 익숙했는데 가끔은 실제 여행도 몸과 마음에 또 다른 활력과 생각할 거리를 준다는 걸 이리 늦게 깨닫고 있습니다. 짧게나마 여행을 계획해야겠습니다. 물론 실천에는 아주 큰 에너지가 듭니다. 저는 내향인이니까요.

🖊️여행을 떠나는 이유가 돌아왔을 때 편히 쉴 수 있는 집이나 나를 기다려 준 혹은 반겨주는 이들의 모습과 마음을 온전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저는 모퉁이 편지를 기다려 주시는 여러분과 가끔씩 답장을 보내 주시는 분들을 만나고 싶어서, 이렇게 편지도 쓰고 길모퉁이 서점에서도 같이 읽을 책을 준비하고 소개하면서 기다리나 봅니다.

기다려 주는 이가 있다는 건 생각보다 꽤 큰 기쁨입니다.

늘 항상 언제나

감사합니다.

(그림책) 공부 중입니다

🖋️ 다시 조금씩 진도를 나가고 있습니다.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하면 독파할 수 있지 않을까요?
9장은 그림책 서사의 리듬입니다. 다 끝내진 못했고, 초반 1/3 정도 읽고 있습니다.

읽어가면서 인상 깊었던 문장을 소개합니다.

좋은 이야기 그림책의 글은 그림 없이도 뛰어난 언어 예술 작품으로 남는다. 그림이 있거나 없는 것이 그 성공의 필수적인 표지는 아닌 것이다. - 패트릭 그로프
특히 시는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양상으로 되어 있어, 시를 그림책으로 만드는 작품이 종종 만족스럽지 못한 이유 중의 하나는 버턴이 《작은 집 이야기》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했듯이, 반복적인 언어 양식과 장면 속 그림의 강렬한 박동이 나란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림책방 주인장의 딴짓

5월 황금연휴를 맞아, 조용한 곳에서 맘껏 책을 읽고 왔습니다. 그래봤자 네 편인데요. 휴가 가서 2편을 읽었고, 나머지는 4월부터 틈틈이 읽어 오던 것을 마무리했습니다. 다 읽고 보니 표지가 온통 파란색이네요. 특정 정당이나 정치색과 무관합니다.

📝『 아픔이 길이 되려면』

지인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입니다. 사회복지에도 관심이 있어 관련 도서들을 보곤 했었는데, 마침 타이밍이 좋았습니다. 사회역학자인 저자의 문장이 친근하면서 단단하고 인간적 감성이 살아 있습니다.

단단한 숫자로 무장한 아저씨가 세심하게 사실을 이야기하면서 생각해 보아야 할 것들에 채근하지 않고 다정하게 들려줍니다. 술술 읽힌다는 느낌을 오랜만에 느꼈던 책입니다.

📝『 천 개의 파랑』

SF와 현실 사이 괴리가 크게 떨어지지 않아 부담 없이 친숙하게, 그러면서도 홀린 듯 읽었습니다.

유명한 책은 일부러 찾아 읽지는 않는 편입니다. 휩쓸려 읽는 것에 대한 묘한 반감이 있다고 할까요? 하지만 뒤늦게 읽을 때마다 깨닫게 됩니다. 사람들이 많이 읽는 이유가 있구나 하고 말이죠. 영화화 결정이 났다고 하는데, 연출만 잘 하면 영화도 재밌을 듯합니다. 이미 원작이 그림처럼 그려진다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 청춘의 독서』

고전의 가치와 N회독의 경험에 대한 찬사를 쉬운 언어와 유려한 문장으로 품격있게 이야기합니다. 명징한 논리로 무장한 언변만큼 글 또한 명료합니다.

지극히 개인적일 수 밖에 없는 독서 경험담임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소개되는 책 제목을 읽을 책 목록에 한 권씩 적어 놓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책 소개가 주(主)인 저로서는 한없이 부러운 재능입니다.

📝『 춤추는 사신』

미메시스 출판사에서 기획한 '테이크 아웃'의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테이크 아웃'은 단편 소설에 일러스트 삽화를 결합한 시리즈입니다. 사실 여행지에서 가볍게 읽기 위해 표지와 제목만 보고 덥석 골랐던 책이라 해당 시리즈에 대한 것도 나중에 찾아보고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80쪽에 불과한 아주 짧은 소설이라 후루룩 읽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쉽게 읽히진 않았습니다. 왜 이러지 하는 생각에 작가를 다시 보고 나니 이해가 되었습니다. 감탄하며 읽었던 『미래 과거 시제』의 배명훈 작가였습니다.

배명훈 작가는 언어 자체의 힘으로 SF를 완성 시키는 독특하면서 확고한 문체가 인상적인 작가로 기억합니다. 다만 언어에 천착하는 면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 책에서는 처음에 잘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가, 작가 이름을 보고 다시 읽으니 그제야 작품의 이미지가 일러스트 삽화와 함께 선명하게 그려졌습니다.

적절한 비유는 아니겠으나, 아는 만큼 보이는 게 맞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