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길모퉁이 서점입니다.

🖊️ 더위에 저항하고 있습니다. 

이상한 반골 기질이 또 발동한 덕분에, 에어컨 없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가고 있습니다. 파리 올림픽과는 무관합니다.

🖊️에어컨 이전에 뭐가 있었지 생각해 봤습니다. 선풍기가 있었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부채가 있었습니다. 이제 부채는 무슨 기획전 할 때 나눠주는 굿즈의 한 부류로만 인식될 뿐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도 많이 줄었습니다. 사실 굿즈 자체로도 잘 만들지 않습니다. 색다르지가 않아서요. 잘 쓰는 사람도 없고요.

🖊️의미 없고 소용없는 일은 줄입니다. 당연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으니까요. 그럼 책을 읽는 건 계속 영위해도 되는 걸까요? 책을 만지고 홍보하고 좋아하는 마음은 여전하지만, 책을 읽는 행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보곤 합니다. 발작 같은 일상이긴 합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지쳐가나 봅니다. 더위에.

🖊️그래서 바득바득 이겨낼 상대를 찾고 있습니다. 절대 이길 수 없을 거라 생각하는 대상이면 더 좋겠다 싶은 걸 찾아봤더니, 7월의 절대자는 더위더군요. 막판에 스콜에게 역전을 당할 뻔하긴 했지만요.

🖊️한 해의 반이 갔고, 여름마저 전반전은 끝나고 잠시 하프 타임인 시기입니다. 이 시기부터 괜스레 돌아보게 되는 시간들이 늘어나곤 했습니다. 회귀물을 좋아하긴 하지만, 자꾸 돌아보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채우지 못한 빈 곳들이 자꾸 눈에 밟힙니다. 지난 발자취를 더듬어 실수를 보완하고 되풀이하지 않는 일은 중요합니다. 그런데 사람인지라 그렇게 올바르게만 살아내지는 못하더군요. 깨끗하고 흰 부분보단 얼룩덜룩한 부분만 보입니다.

🖊️부정적인 생각과 마음이 깃드는 것을 이젠 전혀 다른 방식으로 걷어내고 있습니다. 바보 같고 바보 같아 보이지만 맥없이 지친 하루 대신, 쓸모없다고 생각되어도 치열함 속에 하루를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더위도 한풀 꺾이고, 쏟아지는 빗줄기도 약해지는 계절이 또, 그리고 반드시 올 테니까요.

괜찮습니다. 모두 괜찮아질 겁니다. 아프지만 마세요.

고맙습니다.

늘 항상 언제나

감사합니다.

🖋️  『그림책론』 4장 주제는 약호, 상징, 몸짓입니다.

그림 속 대상에 비중을 부여하는 수단 중 맥락적 정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제 4장 - 약호, 상징, 몸짓 - 시각적 대상들의 맥락적 의미

4장을 읽어가는 동안 인상적이었던 문구 몇 개를 공유합니다.

 그림책과 별도로 읽고 있는 책을 공유합니다.

요새 책을 고르는 기준은 아주 자유롭습니다. 그야말로 '마음 가는 대로' , '기분에 따라' 집어 듭니다. 이번에 고른 책은 순전히 '제목'에 꽂힌 경우입니다.

📝 『실패한 여름휴가』

  본격적인 여름이고,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무겁고 습하게만 느껴지는 날씨의 무게가 아주 조금은 가볍게 느껴집니다. 여러 일련의 현실 속 사건들로 인해, 둥둥 떠다닐 수 없는 요즘이지만 그래도 휴가철은 그 나름대로의 들뜸을 뿜어냅니다. 이 책을 고른 건. 늘 멋들어진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지만, 늘 절반만 성공하거나 모든 계획이 흐지부지되어버렸던 지난날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약간의 타산지석(?)으로 삼을 요량으로 펼쳐든 책은 의외로 행간의 의미를 천착해야 할 만큼 어려웠습니다. 명색이 책방 지기인데, 쇼츠에 지배당한 뇌는 추상적인 이미지에 대한 형상화와 감정에 대한 섬세한 문구들을 해독하지 못하는 경험을 겪었습니다. 순수문학을 어려워하긴 했지만, 상태가 좀 심각합니다.

 제목으로 선택된 「실패한 여름휴가」를 포함한 7편의 소설이 실려있는 책은 작가의 첫 소설집입니다. 작가의 말에서 나오는 단어 중 '미로'라는 말로 이 소설집을 설명할 수 있을 듯합니다. 7편의 소설들은 장르가 다양하면서 서로 섞여 있습니다. 기가 막힌 반전은 아니지만, 소설의 처음과 끝을 예상하기 힘듭니다. 문장은 산뜻하고 간결한데 그리고 있는 세계는 회색의 빛깔이 마구 중첩되면서 블랙홀처럼 점점 깊이와 정체를 알 수 없는 흑의 세계로 돌진하는 느낌입니다. 

 이번에는 실패하고 싶지 않아 골라들었는데, 마치 얕은꾀를 간파당한 느낌만 절실하게 준 책이었습니다. 여러분에겐 어떻게 읽힐지 궁금합니다.

📝 『죽이고 싶은 아이』

 청소년 소설을 읽고 있습니다. 

성인 단행본과는 또 다른 맛이 있다고 하길래, 팔랑귀인 저는 하나씩 섭렵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 와중에 청개구리 심보가 또 발동해서 소위 '베스트셀러'는 읽지 않고 있었는데, 서두에서 밝혔다시피 제목에 끌려 집어 들게 된 책입니다.

 인정하기 싫지만, 재밌습니다. 

책이 재밌어서 마음에 안 든다는 건 아니고, 많이 팔린 책은 재밌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은 마음이 있는데, 이번에도 역시 항복했다는 의미입니다.

책은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무섭도록 몰입력이 좋습니다. 휘몰아치는 전개까진 아니어도 화자가 바뀔 때마다 짓누르는 스릴러적 목조임과 반전이 연쇄적으로 쌓여가는 느낌이 꽤 인상적입니다.  특히, 마지막 2개의 이야기는 반전의 반전이라는 장치를 훌륭히 사용하면서 폭발적인 결말의 재미를 선사하는데, 순간 넷플리스 드라마 <소년심판>이 떠오르게 만들었습니다. 

 다소 자극적이라고 여기며 피해왔던 제목의 의미를 단순히 1차원적인 면이 아니라 다층적인 면으로 생각해 보게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

정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말이 맞습니다.

  당신 마음 어딘가 모퉁이에 존재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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