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길모퉁이 서점입니다.

🖊️ 퍼뜩 떠오르는 영감에 기대어 살고 있는 요즘입니다. 매일 마감에 쫓겨 일을 쳐내고 있다는 말과 동일합니다. 분명 MBTI에 J가 포함되어 있는데 전혀 계획적이지 못하고 즉흥곡과 프리스타일만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꽉 찬 한 달을 남겨 놓은 시점에서 급하게 뭐라도 채워 넣으려, 체크 박스에 브이 표시를 하나라도 더 표시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누가 재촉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자신에게 쫓기고 자신에게 압박당하고 있습니다. 웃픈 건 일을 지워내는 것도 버거워 하면서 아침이면 새로운 일 목록을 어김없이 또 적어 내려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 욕심이 많은 건지, 일의 우선 순위를 무시하는 건지 모를 지경입니다.

🖊️이번 달은 나태했습니다. 그러니 편지에 유용한 소식이나 도움이 되는 정보 등이 부족합니다. 하소연에 가까운 편지지만 그래도 뭔가 유의미한 것 한 두 개 정도는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인데, 잘 안되고 있습니다.  몇 달째 게을러서 죄송하다는 말이 체화되어 버린 듯합니다. 죄송합니다.

🖊️지난번 편지에 정착할 혹은 새로운 독서 기록 앱을 찾고 있다고 했었습니다. 황당하게도 모든 게 무의미해졌습니다. 갑작스럽게 핸드폰을 바꿔야 하는 일이 있었는데, 거의 4~5년간 써오던 기기가 한순간에 바뀌니 적응하는 기간이 길어 새로운 앱에 대한 관심은 저 멀리 날아가 버렸습니다. 요즘 전화기는 설정하는 옵션만 해도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매일 깨닫고 있습니다. 왜 휴대전화가 아니라 스마트폰이라고 불리고 있는지 알 것 같습니다. 기기는 스마트해져 가는데 정작 사용자는 그다지 스마트해져 가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만.

🖊️서두에서 언급한 대로 12월 주제도 스파이더맨의 찌리릿처럼 떠올랐는데, 이걸 그대로 사용할지 다른 게 떠오를 때까지 기다려야 할지 고민 중입니다. 이제야 말이죠. 그대로 사용하게 되면 10월, 11월과 결을 같이 하는 주제가 될 듯합니다. 본의 아니게 3부작처럼 되어 버릴 수도 있겠다 생각합니다.  스스로, 10월은 소개하면서 치유를 얻었고, 11월은 돌아봄과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짚어 볼 수 있었습니다.

12월엔 어떤 감정과 생각을 담아 소개할지, 어떤 마음을 남기게 될지 설레면서도 무서운 양가적 감정이 교차합니다.

기온이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습니다. 

모든 게 변하고 변하지 않은 것은 없음을 알지만, 변하지 않는 무언가가 있음을 찾아보고 희망하게 됩니다. 영원을 바라는 것이 어리석음을 알지만, 영원에 가까운 연결 고리를 계속 지닐 수 있게 되길 염원합니다.

여러분과 함께

여기 길모퉁이 서점에서.

고맙습니다.

늘 항상 언제나

감사합니다.

🖋️  이실직고하자면 단 한 장도 넘기지 못했습니다.

12월까지는 그래도 1회 독은 마쳐야 하는데 말이죠. 

6장 중간까지 갔고, 남은 장은 7장 그림과 글의 관계, 8장 그림책의 아이러니, 9장 그림책 서사의 리듬, 10장 텅 빈 상상력을 넘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7장과 9장이 관심 가는 내용입니다. 어서 빨리 완독하고 재독으로 넘어가고 싶습니다.

 하루키 이후 정말 오랜만인 듯합니다. 한 작가가 쓴 글이나 책을 찾아가며 읽는 경험 말이죠.  작가의 신작을 기다리는 것도, 한 번에 훑어 읽어 내려가는 것도 아까워 천천히 읽는 경험도 실로 오랜만입니다. 

📝『 동경』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어떤 시절의 저의 모습이, 생각이, 상황이 너무나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기이한 경험을 선사해 주고 있는 책입니다. 현재형으로 말하는 것은 아직 완독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읽다가 다시 넘겨서 해당 에피소드만 다시 읽고 음미하고, 당시 내 감정을 막힘없이 혹은 찬찬히 되짚으며 대변하듯 말하는 주인공들 모습에 이입하고 공감하고, 멍해지길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러니 읽는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습니다. 분명 소설이라 휘리릭 읽을 수 있는 이야기인데,  문장과 문체의 어려움이 아닌, 감정의 스며듦에 발이 묶인 상황입니다.

 이 작품도 다 읽으면 전작들처럼 마음이 멈췄던 부분을 다시 읽게 될 것만 같단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칭찬으로 도배된 소개 글을 안 좋아하고 오히려 경계하는데, 이 작가의 작품은 신기하게도 그 장벽을 서서히 투명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소설이 취향이 갈리기 마련이지만, 마음을 세심하게 드러내는 작품을 좋아하신 다면 추천드립니다.

  당신 마음 어딘가 모퉁이에 존재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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