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길모퉁이 서점입니다.

 4월 중순정도에 제 또, 엉뚱한 거 시작한다... 눈치채셨나요?

'그림책방 주인장의 딴짓'의 또 다른 버전이며, 결이 살짝 다른 '그림책방 주인장의

3초 pick' 이란 작은 시도를 해보고 있습니다. 그림책을 공부하는 것도 좋고, 그림책을 소개하는 것도 재밌습니다. 그런데 자꾸 좋은 그림책을 골라야지, 고른 그림책을 멋지게 소개해야지, 잘 써야지, 잘 써서 칭찬도 받아야지. 열심히 하는 건 필요 없어, 잘해야지. 더 잘해야지!  그런데 점점 그림책이 재미없어졌습니다. 새로운 그림책을 만나는 순간이 제일 신나고 설렜는데 어느샌가 고통스럽고 피하고 싶은 순간이 되어 있었습니다.  취미가 일이 되면 취미를 잃어버린다는 말이 퍼뜩 떠올랐습니다.

 '좀 가볍게 가보자. 부담을 일부러라도 덜어내보자. 순수하게 감만 믿고 가보자'  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아무런 정보 없이 표지만, 그날 순간의 감정에만 이끌려서 골라보자. 감상평은 되도록 짧게 단초만 전달하는 방식으로 하자.

그렇게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아직 처음의 그림책을 고르고 소개 글을 쓸 때의 감흥으로 돌아오진 않았지만,

조금씩 회복하고 있습니다. 나아지겠죠.  잠시 망각하고 있었습니다. 

길모퉁이의 정체성은 풀 악셀을 밟아가며 질주하는 스포츠카가 아니라,

너무 느리면 안 되긴 합니다. 먹고는 살아야죠. 요샌 이 부분도 큰 고민입니다.

여전히 고민입니다. 아직 덜 자랐어요.

덜 여문 이곳을 잊지 않고 다시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유명한 책이죠. 유명하지만 제목만 알던 책입니다. 그런데 왜 발행일이 2022년이지? 이리저리 뒤져보다 보니 '개정판'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원래 22년도 발행책만 읽어보려고 했던 차에 개정판이 22년도에 나왔으니 괜찮겠지,라는 무논리로 집어  들었습니다. 언젠간 읽을 책이긴 했습니다. (이렇게 또 변명 추가를...)

 그림책에 빠지게 된 이유는 각양각색입니다. 그런데 많은 비율로 공통점 하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바로 그림책을 보고 '위로'를 받았다는 경험입니다.

 책에 대한 감상도 천차만별이겠지만, 그림책의 경우는 조금 특이합니다. 아마도 글과 그림이 함께 스며들어오는 감각 때문일 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글 없는 그림책도 있지만, 글과 그림이 섞여서 읽는 이의 마음 한구석을 건드리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때문에 그림책의 매력에 빠지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는 거겠죠.

 지금이야 익숙한 용어가 되었지만, 이 책이 나오기 전까진 '그림책 테라피'는 생소한 단어였습니다. 미술치료는 들어봤어도 그림책 치료는 몰랐으니까요.

 30대 초반, 가슴 아픈 사연으로 인해 절절한 마음으로 그림책에 매달렸다던 저자의 경험담이 인상 깊었습니다. 경험담에 그치지 않고 공부하고 사람들을 모으고 함께 나아가는 삶을 산 저자의 용기와 삶의 자세 또한 인상 깊었습니다.

 저자 덕분에 그림책을 알아가는 사람들이 넓어지고 많아진 건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일면식도 없지만 저도 어느 정도 빚진 셈입니다. 

 '그림책 깊이 읽기'의 방법론적 설명에 대한 부분은 그림책 공부를 하시는 분들에겐 참고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유명한 책이라 이미 아실 분들은 아시겠지만요.

 그림책 공부의 길잡이 역할에 어울리고 좋은 책이지만, 그보다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찾은 이유는 아마도 '따스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림책 테라피'라는 뜻답게 그림책을 소개하는 글자 하나하나가 조용하게 손을 잡거나 등을 어루만져 주는 감정을 품고 있습니다. 위로의 그림책 읽기에 대해 관심이 있거나 접하고 싶으신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미처 소개하지 못한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코너입니다.

2023년 4월의 작가는 '루드비히 버멀민즈' '마르쿠스 피스터' '마리 홀 에츠' '모리스 샌닥' 이었습니다. 작가별 작품들을 고르고 조사하는 과정 속에서 발견한 좋은 읽을거리를 공유합니다.  

1)논문: 상호텍스트성 관점으로 모리스 샌닥의 삼부작 읽기 : 이번 달은 아무래도 '모리스 샌닥'이 제일 유명한 작가라 해당 자료들도 많았습니다. 모리스 샌닥의 작품 세계에 대한 논문도 많았는데, 해당 논문은 주제도 재밌고 부분 유료가 아닌 전문을 볼 수 있어서 소개해 드립니다.

 그림책과 별도로 읽고 있는 책을 공유합니다.

 이번 달에도 사회학 도서와 에세이 한 편입니다. 데일리 커피로 요새 초점은 밸런스인데, 도서도 이상하게 이런 경향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균형'에 대한 강박일까요?

 『납작하고 투명한 사람들』은 작가이자 변호사인 저자의 시각에서 바라본 대중매체 속 소수자들의 모습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서울중심주의, 에이지즘, 인종, 젠더, 장애, 퀴어 등 우리가 아는 흔한 '보통 사람'들 보다 낮은 곳에, 그리고 보이지 않는 그들의 모습이 대중콘텐츠 속에 어떻게 소비되고 투영되고 비틀린 점이 무엇인지 나열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들 속에 차별금지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민감한 이슈를 대중친화적인 대중콘텐츠 속에서 이야기하는 명민함이 엿보였습니다.  또한, 법률적 지식이 자연스레 흘러들어오면서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매일을 헤엄치는 법』는 80만 유튜브크리에이터 이연의 '갭 이어(?)'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글과 만화로 풀어낸 책입니다.

 유튜브 초창기부터 구독자였기에 이렇게 대형 유튜버로 성장한 저자에 대한 응원으로 읽기 시작한 책입니다. '갭 이어' 시절 이야기라고 서두에 썼지만, 사실 '1년 동안의 자아 착기, 혹은 분투기, 혹은 자가치유의 과정'이 더 어울릴 듯합니다.  모든 과정이 읽는 내내 '살기 위함' 이었음을 공감하게 됩니다.

 작가가 들려주는 수영 이야기에 공감하고, 제목을 왜 이렇게 지었는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가난했지만 찬란한 한 시절을 스스로 만든 저자의 용기가, 그 성실에 박수를 보냅니다. 저자, 이연의 구독자이거나 그림, 수영에 관심이 있는 분들, 그리고 삶을 버티고 계신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당신 마음 어딘가 모퉁이에 존재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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