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길모퉁이 서점입니다.

🖊️ 조금 이르지만, 상반기 결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요새 미리미리 계획을 세워놔도 왜인지 계속 미뤄지더군요. 미루는 기술만 늘고 있습니다. 능력, 실력이 늘지 않고 요령, 꼼수, 어떻게든 되겠지만 늘어난달까요? 경험치의 축척은 능숙함과 동시에 나태함도 가져오나 봅니다.  7월이 되면 살짝 바빠질 것 같은 예감에 6월엔 억지로라도 텐션을 높여서 지내려고 합니다. 우울 에너지가 요 근래 조금이라도 틈만 보이면 불쑥불쑥 들어와서 잘 세워놨던 계획이 어그러지기 일쑤였습니다. 

 그럴 때마다 하트로 응원해 주시고, 정말 오랜만에 다시 들러주신 단골 분들도 계시고, 아무 발자국도 남기지 않으시지만 지켜보고 있다, 당신 힘내라며 무언의 글빛(?)을 쏘와주고 다녀가신 분들도 있어서 늘 항상 감사해하고 있습니다. 제가 비록 적극적인 플러팅이 없더라도 사랑(?)하고 있다는 거 알아주세요. 🤣

🖊️여전히 모퉁이 편지 구독자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괴(?)현상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뉴스레터가 한 번씩 발행될 때마다 누가 입소문이라도 내주시는 건가 싶을 정도로 조금씩이지만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많고 많은 뉴스레터 중에 정말 소소한 이야기에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만한 것들로 채워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신기한 일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네 번째에 들어서야 비로소 '이론서' 다운 (?) 책을 읽었습니다. 요새 숏츠에 잠식당해버려서 독서력이 많이 줄어버렸습니다. 명색이 책방 주인장인데 말이죠. 말랑말랑한 책도 읽기가 버겁습니다. 약해진 독서력에 갑자기 무거운 이론. 작법서는 해(?)가 되기에, 되도록 얇고 간단하면서 비교적 신간도서를 골랐습니다.

🖋️ 많은 추천사에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듯이 이 책의 최대 장점은 '쉽다'입니다.  군더더기 없이 요점만 쏙쏙 골라 첫 발걸음을 내딛게 해주는 데 탁월합니다. 구구절절 늘어놓는 그림책의 역사 같은 정보들은 과감하게 생략하는 미덕을 보여줍니다. 그런 점에서 1장과 2장은 도입부의 역할을 성실히 해냅니다.  다만 이미 그림책을 조금 공부하고 계시거나 그림책을 많이 접하신 분들에겐 살짝 지루하실 수도 있습니다. 아는 이야기일 수도 있으니까요.

 🖋️초급을 겨냥하지만 초중급자까지 아우룰 수 있는 마법은 3장에서 발휘됩니다. 보물 찾기하는 사람들에게 제일 중요한 게 지도이듯이, 그림책 좋아하는 분들에겐 '추천 목록'이 중요하지 않나요? 제대로 필터링 된 보석 같은 책 제목이 담긴 목록은 그야말로 소중합니다. 3장은 그런 분들의 욕구를 제대로 채워줄 수 있는 작가의 큐레이션 코너입니다. 책의 외형에서부터 내용까지 두루 나눈 분류 방식도, 소개된 책의 가짓수도 짧은 지면에 비하면 알차게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림책의 대상이 점차 넓어지고, 필요성과 활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요즘입니다.  그림책에 관한 강의와 각종 자격증도 이런 관심에 대한 반증일 테죠.

이러한 시기에 시의적절하게도 그림책 소개서, 입문서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타이밍에 기본은 가져가되 너무 무겁지 않게, 제일 원하는 건 빼놓지 않는 상당히 스마트한 방식으로 구성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미처 소개하지 못한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코너입니다.

2023년 5월의 작가는 '미야니시 타츠야' '버지니아 리 버튼' '브라이언 와일드 스미스' '비네테 슈뢰더' 이었습니다. 작가별 작품들을 고르고 조사하는 과정 속에서 발견한 좋은 읽을거리를 공유합니다.  

1) 미야니시 타츠야 인터뷰_2014년 9월 내한 인터뷰(맥스무비)

   <고녀석 맛있겠다> 2편 제작을 위해 한국에 왔던 작가 인터뷰입니다.

   시리즈 구상에 대한 이야기와 작가 이야기를 엿볼 수 있습니다.

2) [논문] 『말괄량이 기관차 치치』의 삽화 분석

   버지니아 리 버튼이 첫째 아들을 위해 만든 그림책에 관한 논문입니다.

   * 원문 내려받기로 해당 논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림책과 별도로 읽고 있는 책을 공유합니다.

 이번 달에는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인 '안락사'와 '청각 장애인 청년'의 이야기입니다. 앞으로의 삶에서 실천해 보고 있는 분야와 관계있는 소설과 에세이라서 좀 더 집중해서 읽은 책들입니다.

📝 『안락』은 아르테 출판사의 한국 소설선 '작은 책' 시리즈입니다.

2018년 신춘문예로 등단한 신예, 은모든 작가의 세 번째 작품입니다. 

이 책은 '안락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안락사'가 가져오는 생명존중 사상과 인간성에 대한 존엄에 대한 이야기보다,

가족에 대해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사실 죽음은 자체로서도 두렵고 무섭지만, 죽음이 불러오는 파장이 훨씬 크게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합니다. 당사자와 남겨진 자들에 대한 논란 여부도 상당합니다.  책은 길지 않은 이야기로 담담히 그리고 굉장히 세련되게 이야기를 이끕니다. 담백한 이야기가 주는 여운은 생각보다 길었습니다.

  존엄과 삶에 대해 한 번쯤 되짚어 보게 만드는 책입니다.

📝 덤덤한 고백이 더 울림이 깊은 건, 덤덤하게 털어내기까지 감내해야 했던 

시간의 깊이와 길이가 문장에 묻어 나오기 때문입니다.

 후천적 청각장애인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납작하지만 투명한 사람들』에서 느꼈던 주류와 비주류에서 당연하게 행해지는 차별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 더 확대되어 다가오는 느낌이었습니다.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감내해야 하는 불편함은 제가 생각한 것보다 많았고, 실생활에 광범위하게 널려 있었습니다.  동네 중국집에 자장면 하나 배달할 수 없다는 사실은 꽤나 충격적이었습니다.  장애인들의 삶을 얼마나 간단하게 치부했던 걸까요? 

 그럼에도, 저자는 감내하고 이겨내고 설득하면서 버텨냅니다. 그리고 그 버팀으로 인해 담담함의 외피를 쓰고 자학이 아닌, 유쾌함으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저자가 들려주는 삶의 태도와 자세가 좋았던 책입니다.

  당신 마음 어딘가 모퉁이에 존재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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